제목은 그저 페이크일뿐 -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He's Just Not That Into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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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개 사랑이나 연애는 할 때보다 할 때까지가 훨씬 더 달콤하다. 눈에 콩깍지가 씌인 그때는 열정과 설렘이 상대방의 모든 걸 장점이나 최소한 ’그정도라면 괜찮은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환상적인 그, 그녀가 나와 지금껏 하지 않았던 걸 할거라는 행복한 상상, 그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판타지(Fantasy)다.
 
 하지만 누구나 잘 알듯이 그 판타지는 거의 전부가 한쪽의 일방적인 공상이자 환상이다. 그때야 상대방의 사소한 몸짓, 눈빛, 말이 모두 나에게 던져지는 것 같지만 글쎄.. 우린 ’아마추어’가 아니니까 그게 다 자가발전이라는 거 알지 않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타지가 덜 매력적이 되는 건 아니다. 환상이 현실과 이어지지 않더라도, 수줍은 고백이 상대방의 차가운 한마디에 흩뜨려지더라도, ‘어 미안, 난 다른 사람 좋아해’라는 말에 뒤돌아서 화끈거리는 얼굴로 도망치거나 아님 그사람의 야속함에 눈물을 흘리게 될지라도 그때의 두근거림, 묘한 흥분, 불안감은 다른 어떤 것과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깨져버린 수많은 판타지를 뒤로 하고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새 로맨스를 향해 계속 나래를 펴는 게 아닐까.
 
 제목과 예고편만 보면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He’s Just Not That Into You)는 용감하게, 또 유쾌하게 우리를 이 판타지에서 구출하려고 하는 것 같다. 7년이나 연애하고도 여자가 그렇게 바라는 결혼을 ’속박’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끝없는 구애하는 남자와 가끔씩 잠을 같이 자는 것 이외에 친구 이상의 연인은 거부하는 여자, 결국 헤어지는, 바람피는 남편과 그를 신뢰하지 못하는 부인 등의 커플을 출동시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다 ’그(녀)가 당신에게 더 이상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중간중간 일반인처럼 보이는 (배우겠지?) 사람들도 다큐멘터리처럼 등장해서 ’헛꿈꾸지 말고 속차리세요’라고 말한다.
 
 지지와 알렉스로 이어진 이야기의 중심축도 ’처음엔’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지지는 자신의 사랑을 찾지만 남자의 행동 대부분을 자기에 대한 ’신호’라고 생각해 매번 일을 그르친다. 술집 매니저인 알렉스는 동점심으로 지지에게 남자의 행동을 잘 해석하는 법을 가르친다. "걘 너한테 관심없어, 남자는 맘에 들면 무조건 대쉬해." "출장가는데 연락 안될일이 뭐가 있냐? 걘 너한테 관심 없다니까." 끊임없이 지지에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고 일깨우는 알렉스는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의 충실한 화자이자 대변자다. 알렉스마저 자기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대시하는 지지에게 그가 남긴 건 어이없다는 응대와  가슴의 상처뿐이다.
 
 하지만 결국 막판에 판타지는 화려하게 현실로 변신한다. 알렉스는 지지의 매력에 빠져 전전긍긍하고, 결혼을 무덤이라고 여기던 남자는 로맨틱한 청혼을 한다. 부질없이 구애만 하던 남자도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게 된다. 신뢰가 깨진 부부가 결별하지만 글쎄.. 비극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신뢰가 깨진 결혼생활 자체가 비극이 아니던가.
 지지는 왜 아무거나 신호로 해석하냐는 알렉스에게 울며 말한다. "혼자 환상에 빠지는게 바보같아 보이겠지만 그래도 난 사람들에게 거리를 두는 너보단 내가 찾는 사람과 훨씬 더 가깝다구!"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를 깨려고 한건 큰 페이크일 뿐이었다. 여자의 판타지가 판타지로 끝나버리는 건 남자가 그녀의 사랑과 매력을 몰랐기 때문이니까.
 
 벤 애플렉, 스칼렛 요한슨, 제니퍼 애니스톤, 드류 베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등 화려한 출연진의 연기력이 불을 뿜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녀 심리와 행동의 차이는 놓치지 않았다. ’헉 나도 저랬나?’ ’아..쟤 왜저래’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에서는 웃음과 함께 옛생각에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리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듯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건 자기가 지지의 매력에 빠졌음을 알아가는 알렉스다.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수십번씩 전화기를 확인하지만 처음엔 자기가 왜 그러는지도 모른다. 그때 (구애를 거절한 적 있는) 여자 직장동료가 한마디 던진다. "여자한테 빠졌구나? 그때 내기분이 어땠는지 알겠지, 이 망할 짜식아." 여기에 멍때리는 표정으로 "Oh, Shit..."이라고밖에 못하는 알렉스가 어찌 귀엽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나름대로 사랑이 넘치는 유쾌하고, 재밌는 영화다. 누군가는 ’뭐야.. 제목하고 내용하고 반대잖아’라고 투덜거릴수도 있겠지만.. 왜이러시나 아마추어같이.. 이런 게 바로 로맨스 영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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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oksoon

2009/02/18 14:33 2009/02/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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