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나름 중요한 일이 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요 며칠간 머리가 빠지도록 살까말까 망설였던 티볼리 오디오 모델원(Tivili Audio MODEL ONE)을 직접 보고 최종적으로 마음을 결정하기로 했던 것.

<Tivoli Audio MODEL ONE, 출처:www.tivoliaudio.co.kr>
뭐 워낙 나온지도 오래된 물건인데다 아는 사람들은 대충 다 아는 그런 물건이다. 오디오라는 이름이 붙은데다 크기도 벽돌 두개정도를 겹친 정도로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날로그 튜너와 스피커 외에 다른 기능은 없다. 그냥 라디오란 말이다.
PC는 물론이고 휴대폰에도 각종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는 게 보편적인 이때 갑자기 뜬금없이 웬 라디오냐고 할 수도 있겠다. 처음엔 당연히 나도 그랬지.
그런데 사실 그런 제품들을 이용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꽤나 수고로운 일이다. 나같은 경우는 밤에 뭔가 일을 할 때마다 음악을 듣고는 싶어하지만 매번 어디선가 MP3파일이나 CD를 소싱하는 것도 힘들고 걸어놓은 음악이 끝날 때마다 다른 것으로 넘어가 줘야 하는데 이것도 영 번거롭다.
그러다 보니 결국엔 다시 라디오로 생각이 옮겨간 거다. 주파수 맞춰놓으면 알아서 노래 바뀌어 주고 멈추는 일도 없으니 좋지 않은가. 물론 가끔씩 진행자들이 너무 시끄럽게 수다를 떠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방송국을 선택하면 해결될 일이다.
아 그리고 라디오의 가장 좋은 점은 아마 많은 라디오 PD들이 알아서 좋은 음악을 편성해 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식견이 전문가에 미치지 못하는 게 뻔하고 경제력에도 한계가 있으니 사서 보관할 수 있는 음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 다른, 괜찮은 음악들을 알아서 편성해 주니 나같은 사람으로선 솔직히 감사하지 뭐.
물론 인터넷을 이용하면 PC로도 라디오를 듣는 게 가능하지만 그 방법은 무조건 피할 작정이었다. 안그래도 하루종일 PC를 끼고 사는지라 이제 밤에는 PC의 파워 소리, HDD 돌아가는 소리, 쿨러의 웅웅거림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가뜩이나 귀가 예민한 편인지라 PC가 웅웅거리면 침대에 누워 있어도 그다지 쉬는 기분이 안든다.
하튼 그런 식으로 라디오를 하나 장만하기로 마음먹고 검색을 하다 보니 요놈이 딱 눈에 들어왔다. 클래식한 디자인에 커버가 목재로 되어 있어서 고급스럽게 보이지 않는가? 더구나 저 큼지막한 튜너 다이얼이 너무나 이뻐 보인다. 게다가 여기저기 글을 보니 음질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란다. 나름 막귀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니 더욱 마음에 든다. 스피커가 모노인데다 Bass와 Treble의 미세조정 기능이 있는게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뭐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큰 불만을 제기하지는 않는 것 같으니 큰 문제는 안될 것 같다.
정작 문제는 가격이었다. 뭐? 라디오만 떨렁 있는건데 20만원이라고? 이런 넨장...-_- 만약 직장을 안다니고 있었다면 정말 뒤도 안돌아보고 머리속에서 지워버릴만한 가격이다.
처음엔 나도 그럴려고 다른 모델들을 좀 찾아봤는데.. 아 이놈 사진을 한번 보고 나니 웬만한 다른 놈이 눈에 안들어오는 게 아닌가... 이런 망했다. 지름신이 부르는구나....
3일간을 고민하다가 테크노마트에 있는 직영점에 전화해 금요일 저녁에 가서 구경할 수 있겠냐고 했더니 일곱시 정도까진 와야 된단다. 직장에서 가까운 지하철이 당산역이니 여섯시에 나가도 빠듯하다. 그래서 오늘 앞서 말한대로 선배들이 퇴근하건말건 나혼자 용감하게 사무실을 뛰쳐나온거다.
하튼 적당히 시간을 맞춰 매장에서 실물을 보니 과연 이쁘긴 이쁘더라. 더구나 방 책상도 색상이 월넛이라 방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런데 다른 하이파이 기기를 많이 써보지 않았으니 계속 망설여지는 건 당연했다. 막귀는 아니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거 하나 믿고 '그냥 라디오'를 덜컥 20만원이나 주고 살수는 없잖은가.
이생각 저생각으로 고민하던 참에 결국 매장 아저씨의 한마디가 불을 질렀다. "아저씨 오늘 지방 출장가야돼서 문 빨리 닫아야 돼요. 19만원 현금으로 내고 가져가세요."
응? 만원 빼준다고? 음.. 뭐 많이 싸진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식수입 제품을 그가격에 파는건 옥션에서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면.... 지르지 뭐. 후회하더라도 들어보고 후회하는 게 백번 낫지. 어차피 돈 쓸데도 별로 없는데 이럴 때 간만에 나한테 투자 좀 하자구!
19만원을 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솔직히 불안했다. 소리가 진짜 괜찮을까. 그냥 돈 더보태서 CDP하고 같이 붙어있는 미니콤포 사는게 낫지 않을까..
집에 들어서자마자 옷만 갈아입고 바로 작동시켜봤다. 이럴 때야 밥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아버지와 어머니는 '라디오'를 사왔다는 말에 적이 황당해 하신 것 같긴 했지만...
결과는... 솔직히 아주 만족스럽다. 책상위에 올려놓고 보니 같은 월넛 스타일이라 처음부터 인테리어에 포함된것 마냥 잘 어울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훌륭한 건 전파 수신 능력과 음질. 이상하게 우리집은 라디오 전파가 잘 안잡혔는데 이놈은 어떤 방송이든 아주 잘 잡아 낸다. 알고보니 휴대폰 안테나에 적용되는 소재를 안테나에 채택해서 수신율을 대폭 높였단다. 그리고 음질은.... 귀에 거슬리지도 않고 아주 좋다. 중저음도 적당한 것 같고. 사실 그저그런 스피커 쓸 때 상당히 신경쓰이는 게 고음이 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이놈은 그런 게 확실히 없는 것 같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고 할까? 오래 들어도 귀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 같다.

<티볼리 모델원, 디자인과 음질, 모두 마음에 든다.>
물론 어느 정도 가격에 거품은 있다고 생각한다. 10만원대 초반이라면 정말 더 바랄 나위가 없었을텐데.. 그리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른데 세팅이 하나로 정해진 이 사운드 시스템이 모든 사람에게 마음에 들 수도 없을거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정도의 사운드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는 데 동의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이놈 구입은 잘한 일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디자인을 보고 사운드를 들어보시더니 나처럼 마음에 들어하시는 눈치다. 내 마음에도 들고 부모님도 좋아하시는데 19만원 정도야 당연히 지불할 수 있지. 가격에 있는 어느 정도의 거품은 앞으로의 즐거움에 대한 걸로 치자구.
지금도 벌써 두시간 가까이 라디오를 듣고 있다. 간만에 들으니 너무 좋구만. 티볼리 오디오 모델원(Tivoli Audio MODEL ONE), 앞으로 좋은 밤친구가 될 것 같다.

<책상위의 모델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건 나뿐인가?>
Posted by wook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