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하다 돈 받는 기자.
한 기업을 취재차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이지요. 어찌어찌 회사를 통해 취재 요청이 왔고 약속을 한 후 찾아갔습니다.
큰 건은 아니지만 한 기업을 조명할 만한 충분한 기사거리를 얻었습니다. 업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황과 전망도 들었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취재가 끝나갈 때 쯤엔 '아 기업 얘기에 업계의 기술적인 전망을 함께 녹여내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인사를 하고 나올 때 "기자님, 이거 교통비 하십쇼."라고 하면서 봉투를 하나 내미시더라구요. '아차, 올 게 왔구나.'
계속 밀어내면서 "이런 거 받으면 큰일난다, 이제 이런 거 다 없어졌다"란 말을 되풀이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 아는데, 약소하니까 그냥 회사에서 회식할 때 보태시면 됩니다." "그냥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러면서 가방에 계속 찔러넣는 겁니다.
직원들도 쳐다보는데다가 아무래도 이분하고는 해결을 못보겠다 싶어서 같이 계시던 직원분과 마지막 인사를 할 때(원래 봉투를 주신 분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셨죠) "이거 좀 대신 돌려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사회 경험이 부족한게 그렇게 하면 더 해결이 힘들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이걸 돌려받으면 회사에서 정말 곤란해 진다고 절대 못전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이해가 갑니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 와서 '못받겠다고 주고 갔습니다'하면 당장 "야 이자식아 그걸 돌려받으면 어떻해?!"라고 고함을 치겠지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했을까요. 회사로 돌아와서 바로 퀵으로 원래 주신 분한테 부쳤습니다. 직접 받으실 테니 다른 분들 곤란할 일은 없겠죠.
아웅, 퀵비만 만원 썼습니다. -_- 서울인데도 꽤 비싼 듯..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당황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정말 다 없어진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도 거의 없구요.
어쨌든 이 얘기는 그분이 잘못됐다거나 제가 고결하다거나 하는 게 주제가 아닙니다. 저도 밥이나 술은 일 하다 보니 종종 얻어먹습니다. 그리고 잘못됐다면 그분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좋다는 인식을 준 과거 취재 문화의 특정 요인이 잘못됐겠지요.
그냥 요새 기자와 취재문화에 대한 오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들.. 최소한 제가 아는 기자들은 취재 열심히 하구요. 사실 왜곡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명감도 있구요. 그리고 돈 받는 기자도 거의 없습니다.(물론 하나도 없진 않겠죠.)
언론사도 사기업이니 기업 논리에 따라 전체적인 회사 논조가 정해지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그냥 '기자놈들이 하는게 다 그렇지'라고 매도당하거나 '돈 좀 집어주면 기사 잘 써주겠지'라는 말을 들을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사에 달린 댓글(제 거 말구요. 제 기사는 재미없어서 댓글 거의 안달립니다.^^)들 보면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달리는 "기자새퀴야 돈먹었냐"란 류의 댓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 기자들은 기사를 이해 못하는 우중(遇衆)이라고 할테고 그런 댓글을 보신 분 중 일부는 또 '아 기자들 진짜 돈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시겠죠. 악순환만 일어나지 않을까요.
사실 지난 화요일에 꼬날님과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때 꼬날님이 신문에 기사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답답해 하시더군요. 꼬날님이 말씀하신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요 부분은 적으면 안될 것 같아요. 꼬날님이 직접 작성하신다고 했거든요. 꼬날님이 얼른 포스팅하시길 기다려야죠. 힌트를 드리자면 꼬날님 방법도 돈이 들 수도 있습니다. 500~1000원 정도?^^)
여하튼 간에 오늘의 결론은 기자들 돈 안받는다는거! '돈 줘야 기사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필요 없다는 것! 달라는 놈이 있다면 그놈도 문제겠습니다만 주는 사람도 없어져야겠죠^^.
순수한 취재, 보도와 기사, 또 그런 기사들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P.S
갑자기 입사했을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이 생각납니다.
"5만원을 받으면 5만원짜리가 되는거고 10만원을 받으면 10만원짜리가 되는거야."
윽, 그러고 보니... 젠장, 안을 보지도 못했어요 T.T... 얼만지 보기나 할걸. 아웅, 아쉬워라~^^
Posted by wook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