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상을 정리하다가 2005년, 언론사 시험 준비 당시 썼던 어줍잖은 영화평을 발견했다. 당시 작문 연습이라며 끄적였지만 실은 공부가 하기 싫어서 함께 스터디를 하던 동료들을 공부 핑계를 대고 영화관으로 몰고 간 것에 다름 아니었다. 5년이 지난 지금 읽어봤을 땐 부끄러울 따름이지만 그래도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며칠 전 케이블TV를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봤을 때 들었던 생각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개인적인 기록의 의미로 2005년 작성한 글을 그대로 옮긴다. *

[영화]분명한 주제, 그러나 해결은? - 뮌헨(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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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ich, 2005]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도청'을 본 사람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사방의 벽과 TV 등을 끝없이 분해하던 도청전문가 진 해크먼과 폭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트리스를 갈갈이 찢어내고 옷장 속에서 잠을 청하는 암살요원 에릭 바나의 모습은 쌍둥이와 같이 닮았다. 그것이 바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손쉬운 방식을 택했던 사람들이 도달할 수 밖에 없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찬 막다른 골목이 아닐까.

 '뮌헨'의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암살 등 테러의 수단을 통한 복수의 무의미함, 둘째, 그런 복수에 뛰어들은 인간의 변화,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은 선이고 팔레스타인 테러단체는 악이라는 명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스필버그는 시종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세 주제를 잘 버무려내고 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주제는 스필버그가 다섯 명의 암살단으로 대표되는 이스라엘과 '검은 9월단'으로 묘사되는 팔레스타인 양쪽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런 투쟁방법이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아니 가치의 여부는 둘째치고 과연 성과는 거둘 수 있는 것인지. 암살당한 인물들은 다른 인물들로 교체되고 교체인물들은 암살의 복수를 위해 다시금 테러를 저지르고, 그것에 대한 복수를 위해 또 다른 암살이 계획된다. 이런 악순환이야말로 무가치함의 전형이 아닌가. 또, 그 안에 매몰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가. 처음에는 방아쇠를 당길 사람까지 제비뽑기로 정하던 어중이떠중이들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적의 심장부까지 파고 들어가는 냉혹한 킬러로 변한다. 물로 그들의 말로는 암살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끝없는 두려움에 떠는 일 뿐이다.
 마지막 주제는 유대인 스필버그가 유대인들에게 던지는 화두다. (참고로 본인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애브너와 대화를 나누는 팔레스타인인을 통해 스필버그는 그들도 유대인과 동일한, 나름의 정당성과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과연 유대인들만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가? 팔레스타인인은 정말 악인가? 이스라엘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과연 정당한가? (자신이 유태인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뛰어넘어 용감하게 금단의 영역에 뛰어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스필버그와 '뮌헨'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영화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화해와 평화를 바라고 있지만 스필버그도 그 일에 대해 큰 희망을 걸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함께 들어가 빵을 나누자는 애브너의 초청을 거절한 에브라임과, 애브너와 함께 살아남은 암살단의 일원 스티브(그는 처음부터 암살이나 복수에 대해 어떤 가책도 느끼지 않았다)의 존재가 그런 좌절과 절망의 상징이다. 에브라임은 지금도 애브너와 같은 팀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을 것이며 스티브는 그런 애브라임의 명령을 추호의 망설임 없이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내내 지속되는 긴장감과 불안함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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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wooksoon

2010/01/16 02:09 2010/01/16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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