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냐 진퉁이냐 - 산자이 문화의 앞날은?

2009/06/12 10:38
짝퉁이냐 진퉁이냐 - 산자이 문화의 앞날은?

 
 삼송(SAMSONG), 애니콜(Anycoll), 혹은 애미콜(Amycoll)이나 애니캣(Anycat).... 이름에서 뭔가 '짝퉁스러움'을 느낀다면 당신은 센스쟁이. 모두 중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짝퉁 브랜드다. 대개는 '중국 짝퉁'이라고 하면 으례 그러려니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보통이겠지만 짝퉁 브랜드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이 이름을 단 제품들은 그저 이름만 바꾼 '짜가'가 아니라 모두 한동안 중국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한 이른한 '산자이(山寨)'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짝퉁에서 산자이로

 산자이는 원래 산에 목책을 둘러친 터나 산적의 소굴을 말한다. '수호전'의 108 두령이 양산박에서 기거하는 곳이 바로 산자이다. 언제부턴가 이 말이 최근 '다른 제품을 강하게 모방했으면서도 원래 제품에는 없는 무언가가 더해진 것' 정도를 뜻하게 됐다. 그러더니 얼마전부터는 이른바 '산자이 문화'라는 게 중국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됐단다.
 
 산자이 문화의 시작은 휴대전화였으며 처음에는 산자이가 그저 짝퉁에 불과했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한다. 2001년께부터 광둥성 광저우나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을 중심으로 짝퉁 NOKLA 등의 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됐다. 이런 짝퉁 제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세계적인 브랜드와 외양은 비슷한데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가격이 엄청나게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짝퉁은 산자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일단 모방하되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었다. 2007년 10월부터 중국에서 휴대전화 생산 면허제도가 폐지되면서 산자이 휴대폰의 득세가 더욱 심해졌다. 애플 아이폰에 부가기능을 넣었으면서도 기능은 한참 아래인 '마이폰' '하이폰' 등이 이때 태어났다. 겉모양은 똑같되 정작 중요한 기능은 하나도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륙 시리즈' '대륙의 힘'이라고 비웃는 것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산자이 휴대폰의 기능에 놀란 국내 모 가전사가 짝퉁 휴대폰을 만든 중국 회사를 찾아내 OEM 거래를 제안했을 정도다. 완제품 이상 가는 산자이도 있다는 뜻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산자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동남아 등지에 수출되기도 한다.

 대중적 지지가 짝퉁과의 차이

 산자이와 짝퉁의 차이는 대중적 지지의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짝퉁은 단순한 경멸의 대상이지만 산자이는 중국에서 상상력과 아이디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다. 산자이 휴대폰 범람 이후 산자이는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돼 산자이냉장고, 산자이TV 등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제는 TV 드라마, 영화, 출판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된 게 이를 방증한다. 일부 중국 지압정부서도 은근히 산자이를 지원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월 중국 선전시 정부는 인민대표대회에 산자이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업무보고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중국 전체가 아닌 지방정부의 정책이지만 짝퉁이라는 산자이의 원죄를 씻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물론 이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는 장차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이제는 단순 제품의 산자이를 넘어 사람도 산자이가 등장하기도 한단다. 가수 저우화젠이나 인기 여배우 판빙빙의 산자이도 꽤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해당 연예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똑같이 그들을 흉내내는 '이미테이션' 연예인들과는 또 다르다. 이런 산자이에서는 기본적으로 주류 문화나 권위를 거부하는 반항심이 느껴진다. 썩어빠진 송나라 조정에 항거해 산채에 들어앉은 양산박 108호걸의 이미지다.

 빈부격차, 다양성을 내포

  산자이가 득세한 원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큰 빈부격차를 꼽는다. 산자이는 소득이 낮아 중저가의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다수 대중의 심정적인 지지를 받는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건 중국 사회의 주류들이다.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는 산자이와 심정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처리다.
 일부는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적 '다양성'을 배경으로 지적한다. 한나라 이후 중국 문화는 지속적으로 다른 민족의 문화를 흡수하고 베끼면서 중국 고유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는 것. 결국 '산자이'라는 문화는 다양성 소에서 나타난 다수 비주류 계층의 주류 문화라는 해석이다. 이 역시 양산박 이미지와 일치한다.

 기본은 산적질

 그렇다고 산자이 문화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자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기업, 다른 개발자의 노력을 아무런 댓가 없이 밟고 올라서는 날강도, 산적 경제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양산박 스타일이다.
 직접적으로는 카피의 대상이 되는 기업(주로 외국계)가 피해를 본다. 최근 우리나라 관세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의 경우 도용 비율이 중국 전체 시장의 12~12%(650만대)로 추정되고, LG전자의 TV와 휴대전화 등의 로고 도용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산자이 문화는 결국 중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뻔뻔하게 베끼면서 크는 전략은 초기엔 반짝 기업이나 산업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성은 종국적으로 자신들의 창의성도 잡아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 지난 3월 전국정협 제11기 2차 회의에서 "산자이의 상당 부분은 표절, 위조, 가짜이기 때문에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결국 산자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셈이다. 새로운 문화,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는 얼굴 반대편에는 지적 가치에 대한 경멸이란 얼굴이 버티고 있다. 여기서도 양산박의 이미지는 떠나지 못한다. 한쪽에서 보면 호방한 영웅호걸들이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사람을 파리잡듯 죽여 인육으로 만두를 만들어 먹는, 흉악한 악귀들의 환생이 아닌가.
 어느 얼굴을 살여햐 중국 문화에 미래가 있을지는 중국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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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You Need Is Love... and Money

2009/02/16 15:16

All You Need Is Love... and Money

 내가 연초에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일 없는 토요일엔 가급적 집에 처박혀 있지 말고 나가서 뭐라도 하자’다. 2008년 내내 일에 치어 삶 자체가 피폐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면 어디 가서 여가를 즐기는 것 자체가 귀찮았다. 무조건 집에 틀어박혀서 잠을 자거나 인터넷 서핑, 또는 영화를 보면서 맥주를 홀짝거리는 걸 제일 좋아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말에 잘 씻지도 않고 그저 방안에서만 뒹굴거리는 데 익숙해졌고 히키코모리 정도까지야 아니겠지만 뭔가 생활이 터엉~ 비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안좋아지는 것 같고.
 그래서 1월부터는 토요일마다 웬만하면 조조영화를 보거나 전시회 관람, 책, 음반 아이쇼핑을 나름 꾸준하게 해 오고 있다. 돈은 이전보다 많이 쓰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돈안쓰고 사람 이상해지는 것보단 낫지 않나 싶다.

 하지만 지난 주말엔 애초에 낮이나 저녁에 밖에 나갈 생각을 딱 끊었다. ‘발렌타인 데이+토요일’이란 무시무시한 조합이 만들어 낼 번잡스러움에 겁부터 먹었고... 연인들의 날이니 나랑 뭐 관계가 있어야 말이지.. 결국 14일 밤 열두시에 나가서 심야영화 하나 보는 걸로 때우고 말았다.

 하튼 영화를 보기 전에 무료하게 메일박스나 정리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도중 익숙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All You Need Is Love... and Money? 응? Money라고? 뭐지?
 알고보니 온라인 시장조사 기관 eMarketer에서 가끔 보내주는 뉴스레터였다. 발렌타인 데이 맞이 설문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내 준 건데.. 제목에 센스가 넘치지 않나? 솔직히 이렇게 위트있는 제목을 단 건 내용과는 상관없이 좋아한다.^^

  주요 내용은 경기 침체가 미국 연인들의 지갑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거다. National Retail Federation(NRF)라는 곳에서 18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발렌타인 데이에 선물이나 물품구입으로 쓸 비용으로 평균 102.5달러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진 2006년 수준으로 떨어진건데 확실히 경기가 안좋긴 안좋은가보다.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의 예상 전체 소비액이 14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이런 걸 보고 기본빵이라고 해야 하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록 비용이 약간 줄긴 했어도 사려는 물건 종류가 ‘명절 선물’하면 딱 떠오르는 물품인 것 자체에는 변함이 없단다. 35.7%가 꽃을, 16%가 보석이나 장신구류를 사겠다고 했고 47%가 외식을 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2008년에 꽃과 보석,장신구를 산다고 한 비율은 각각 35.7%, 16.6%였으니 올해와 별 차이가 없다. 비용 예상은 줄어들지만 살 품목이 비슷하다는 건 아무래도 예년보다는 같은 물건이라도 좀 싼걸 고르겠다는 말이겠지.

 그럼 선물 줄 연인이 없는 나 같은 솔로들은 이날 뭘 하느냐... 미국에는 온라인 데이트를 하는 사람도 꽤 많은 모양이다. 1월 말 Piper Jaffrary & Co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8년 온라인 데이트(matchmaking) 서비스를 이용해 본 사람이 전체 인구의 5%고 이 영역 매출은 11억8000만 달러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올해도 3% 가량 늘어날 것이라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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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쩝, 하여튼간 직장이 있으니 예전과 달리 선물을 살 수는 있는데 줄 사람이 마땅찮다. 갑자기 속이 쓰린데 물이나 한잔 마셔야겠다. 아까 밥먹고 독한 커피를 들이붓긴 했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쯧.
 노래나 들어야겠다.


p.s. 지금 방금 깨달은게 있는데...발렌타인데이는 남자가 주는 날이 아니라 여자가 주는 날이 아닌가?! 이런 망할... 속이 더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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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미스코리아가 뭔데 그래?

2008/08/09 21:59
대체 미스코리아가 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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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미스코리아 홈페이지)


  한때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미스코리아와 슈퍼모델을 비교하는 일이 잦았다. 누가 고현정이 짱이라고 하면 다른 친구는 이소라(가수 말고)를 말하며 무슨 소리냐고 반박하는 식이었다.
 나는 어땠냐고? 어땠을 것 같나. 당연히 둘 다 좋았지. 어차피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을 내가 만날 일도 없고 이 양반들이 나를 만나줄 일도 없을텐데 따지면 뭐하냐는 심정이었다. 남자들이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  "만나만 주시면 황송합니다, 여왕님들."
 
  이렇게 슈퍼모델과 미스코리아에 대해서 별 생각 없이 그저 헤벌레~ 했음에도 이거 하나만은 자신한다. 적어도 전체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둘 중 하나가 다른 쪽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걸 안다. '지덕체를 갖춘,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인 미스코리아는 다른 미인들과는 뭔가 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어느때부턴가 이런 류의 주장과 생각, 말을 접하면 심하게 어이가 없다. 한동안 이럴 때가 없었는데 고맙게도 어제오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주에 뽑인 미스코리아와 2007년 미스코리아를 두고 하는 말로 간만에 이런 기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상황만 간략하게 정리를 하면, 선발된 진선미 셋 중 한명은 예전에 누드모델로 활동한 전력이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고 2007년 미스코리아 중 한명은 이전에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모 축구선수의 애를 가졌는데 그 선수가 낙태를 종용한다"는 글을 올렸던 전력이 있어 역시 여러 말을 불러일으켰던 모양새인 듯하다.
 
 사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큰 관심이 없다. 누구는 미스코리아란 타이틀을 자진해서 반납할지도 모르고 아니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박탈당할지도 모른다.(9일 저녁 지금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어이없는 건 많은 게시판, 뉴스 댓글에서 본 "낙태를 한 여자가 어찌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이 될 수 있나" "누드모델 전력이 있는 여자가 감히..."라는 의견들이다. 다분히 미스코리아에 대한 어떤 특별한 전제가 느껴지지 않는가?
 
 무엇보다 가장 먼저 거부감이 드는 건 '미스코리아'란 존재에 대한 과도한 권위 부여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1957년 한국일보사가 주최해 지금까지 매년 진행하는 미인대회다. 한국일보가 주최하면 이런저런 스폰서들이 행사에 필요한 자금도 지원하고 뽑힌 사람들은 그 회사 홍보도 해 주면서 진행되어 온, 본질적으로 '비즈니스'에 가까운 행사다. 상업성? 미의 상품화? 당연한 일이다. '코리아'란 이름이 붙어 뭔가 있을 것도 같지만 미스유니버스, 미스아메리카, 미스코리아 류의 대회는 그 많고많은 민간 단체가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인기만점 이벤트가 본질일 뿐이다.

 아, 그렇다고 내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가치를 몽창 무시하는 건 아니다. 40년 이상의 역사를 통해 어떤 것이 아름다움인지에 대한 나름의 가치를 가져왔을 것이고 그게 우리 사회의 가치기준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임에 분명하다. 역대 미스코리아들의 활발한 활동 속에서 분명히 '국위 선양'이나 '한국 이미지 홍보'도 분명히 이뤄졌을게다.

 그렇다고 해도 '미스코리아' 자체를 그 이상의 대단한 것인양 생각해서도 안된다. 비유를 하자면... 미스코리아 진은 서울대학교 수석입학 학생 정도 된다고 하면 될 것 같다. 서울대학교 수석입학 학생이 우리나라 고등학생 중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사람인가? 결코 아니다. 그해 수능성적과 내신, 서울대학교 논술고사 성적을 종합한 결과 선발된 '서울대학교 기준에 가장 잘 맞는 고3 학생'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가 국내 최대 IT기업이라고 해서 삼성전자 수석신입 합격자가 '우리나라 최고 IT인재'라고 할 수는 없잖은가.

 다음으로 매우, 정말 많이 거슬리는 건 낙태한 여성, 누드사진을 찍은 여성을 뭔가 죄를 지은 걸로 보는 시각이다.
 낙태 자체는 사실 찬반이 명백하게 갈리는 문제니 그게 죄라고 생각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낙태 자체보다는 성관계의 유무, 다시말해 육체적 순결(순결은 무슨 개뿔..-_- 단어도 맘에 안든다)과 연계지으니 문제다.
 자신을 책임질 수 있고, 책임져야 하는 성인의 성관계 경험 유무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일까? 성관계 자체가 도덕적인 잣대로 작용하는 게 온당하다는 생각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성인의 마스터베이션과 성관계에 어떤 본질적인 차이가 있겠나?
 누드도 마찬가지. 같은 취지니 더 쓰면 손만 아플 참이다.

 하나 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걸 말하라면 낙태한 사람이나 누드사진을 찍은 사람은 한국의 미를 '대표'할 자격이 안된다고 하는 거다. 사람마다 느끼는 아름다움은 다 다른데 왜 낙태를, 혼전성관계에 반대하고, 누드사진을 싫어하는 사람이 느끼는 아름다움만 한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이 되어야 하는가.
 한국의 음악을 대표하는 사람은 정명훈, 조수미, 신영옥, 장영주, 장한나 같은 사람밖에 없다고 하면 되겠나. 신승훈은? 비는? 이문세는? 김건모는? 베이비복스는? 천상지희는? 동방신기는? 이효리는?
 
 오해할까봐 분명히 밝혀 두고 싶다. 내가 이해 못하겠다고 한 게 그저 '즐거운 이벤트'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국한해서 논의되는 거라면 이해할 수 있다. 미스코리아 주최 측이 심사 기준에 '낙태를 안했을 것(혹은, 누군가의 낙태 종용을 인터넷에 올려 주목받은 적이 없을 것)' '누드사진을 찍은 적이 없을 것' 같은 기준을 넣는다면, 나는 '그래? 좀 웃기는 대회군' 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해 버릴 것이다. 그저 한 민간단체 행사 진행에  나라는 개인은 왈가왈부할 자격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내가 여자였어도 출전에 관심을 갖지 않았겠지.(능력 여부는 차치하자.)

 만약 내가 미스코리아로서 갖는 명예나 이득이 탐났다면? 당연히 그런 미스코리아 선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거다.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고 싶으면 대학가요제 심사 기준에 맞춰야 하고 아메리칸아이돌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돌에 되고 싶으면 당장은 맘에 안 드는 구석이 있어도 폴라, 사이먼, 랜디와 미국 대다수 시청자 입맛에 맞춰 줘야 하는 법. 그게 싫으면 무시하고 참가하지 않으면 될 테다. 전형적인 '트레이드-오프(trade-off)' 관계다. 줄리어드 음대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놈이 심사위원 앞에서 버클리 음대와 다른 심사기준 자체가 잘못됐다고 따지는건... 씨알도 안먹힐 또라이짓에 불과하단 말.
 
 내가 '미스코리아'를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는 건 결국 딱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는 정도만 권위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주최 측의 미스코리아 선발 기준에 잘 맞으신 분들이 선발됐을테니 그 기준만큼 존중하면 된다. 외모 아름답고, 지적인 분들이지만 어디까지나 그 기준에 한해서일 뿐, 어떤 그 이상의 존재로 보는 것도, 그렇게 보라고 주변에서 강요받는 것도 사양한다.(그분들이 직접 자기들을 그렇게 봐달라고 하지 않는다는 건 잘 안다.) 계속 강조하지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말 그대로 주최측의  대회일 뿐이요 선발된 미스코리아도 주최측이 뽑은 그들의 미스코리아일 뿐이다.

 간만에 대단치도 않은 글을 길게도 써 갈긴건 이번 미스코리아와 관련된 각종 뉴스나 관련 댓글, 게시판 글 등에서 우리 사회의 '권위과잉' 모습이 보여서다. 자기와 기준이 다른 걸 틀렸다고 비난하는 것까지 더해지면 답답해서 가슴이 멍먹해진다.
 어제가 말복이라 그런지 무지하게 덥다. 집 에어컨도 고장났는데 하늘이 뻥 뚫린듯히 비나 시원하게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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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lanet 2009/10/11 11:25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미스코리아대회 찬반 토론이 코앞이지만

    미스코리아대회의 가치는 찾아볼수없군요 ㅁㅁ;;

    반대로 하렵니다~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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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다 돈 받는 기자

2007/08/30 17:39

취재하다 돈 받는 기자.


한 기업을 취재차 방문했습니다. 첫 방문이지요. 어찌어찌 회사를 통해 취재 요청이 왔고 약속을 한 후 찾아갔습니다.

큰 건은 아니지만 한 기업을 조명할 만한 충분한 기사거리를 얻었습니다. 업계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황과 전망도 들었구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취재가 끝나갈 때 쯤엔 '아 기업 얘기에 업계의 기술적인 전망을 함께 녹여내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인사를 하고 나올 때 "기자님, 이거 교통비 하십쇼."라고 하면서 봉투를 하나 내미시더라구요. '아차, 올 게 왔구나.'

계속 밀어내면서 "이런 거 받으면 큰일난다, 이제 이런 거 다 없어졌다"란 말을 되풀이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 아는데, 약소하니까 그냥 회사에서 회식할 때 보태시면 됩니다." "그냥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러면서 가방에 계속 찔러넣는 겁니다.

직원들도 쳐다보는데다가 아무래도 이분하고는 해결을 못보겠다 싶어서 같이 계시던 직원분과 마지막 인사를 할 때(원래 봉투를 주신 분은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셨죠) "이거 좀 대신 돌려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사회 경험이 부족한게 그렇게 하면 더 해결이 힘들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분은 자기가 이걸 돌려받으면 회사에서 정말 곤란해 진다고 절대 못전해주신다고 하더라구요. 이해가 갑니다.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람이 와서 '못받겠다고 주고 갔습니다'하면 당장 "야 이자식아 그걸 돌려받으면 어떻해?!"라고 고함을 치겠지요.


그래서 결국 어떻게 했을까요. 회사로 돌아와서 바로 퀵으로 원래 주신 분한테 부쳤습니다. 직접 받으실 테니 다른 분들 곤란할 일은 없겠죠.

아웅, 퀵비만 만원 썼습니다. -_- 서울인데도 꽤 비싼 듯..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당황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정말 다 없어진 줄 알았거든요. 실제로도 거의 없구요.

어쨌든 이 얘기는 그분이 잘못됐다거나 제가 고결하다거나 하는 게 주제가 아닙니다. 저도 밥이나 술은 일 하다 보니 종종 얻어먹습니다. 그리고 잘못됐다면 그분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 좋다는 인식을 준 과거 취재 문화의 특정 요인이 잘못됐겠지요.


그냥 요새 기자와 취재문화에 대한 오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들.. 최소한 제가 아는 기자들은 취재 열심히 하구요. 사실 왜곡 안하려고 노력합니다. 사명감도 있구요. 그리고 돈 받는 기자도 거의 없습니다.(물론 하나도 없진 않겠죠.)

언론사도 사기업이니 기업 논리에 따라 전체적인 회사 논조가 정해지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그냥 '기자놈들이 하는게 다 그렇지'라고 매도당하거나 '돈 좀 집어주면 기사 잘 써주겠지'라는 말을 들을 이유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기사에 달린 댓글(제 거 말구요. 제 기사는 재미없어서 댓글 거의 안달립니다.^^)들 보면 답답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달리는 "기자새퀴야 돈먹었냐"란 류의 댓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 기자들은 기사를 이해 못하는 우중(遇衆)이라고 할테고 그런 댓글을 보신 분 중 일부는 또 '아 기자들 진짜 돈 좋아하나보다'라고 생각하시겠죠. 악순환만 일어나지 않을까요.


사실 지난 화요일에 꼬날님과도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때 꼬날님이 신문에 기사 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답답해 하시더군요. 꼬날님이 말씀하신 방법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요 부분은 적으면 안될 것 같아요. 꼬날님이 직접 작성하신다고 했거든요. 꼬날님이 얼른 포스팅하시길 기다려야죠. 힌트를 드리자면 꼬날님 방법도 돈이 들 수도 있습니다. 500~1000원 정도?^^)


여하튼 간에 오늘의 결론은 기자들 돈 안받는다는거! '돈 줘야 기사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할 필요 없다는 것! 달라는 놈이 있다면 그놈도 문제겠습니다만 주는 사람도 없어져야겠죠^^.

순수한 취재, 보도와 기사, 또 그런 기사들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P.S

갑자기 입사했을 때 한 선배가 해준 말이 생각납니다.

"5만원을 받으면 5만원짜리가 되는거고 10만원을 받으면 10만원짜리가 되는거야."

윽, 그러고 보니... 젠장, 안을 보지도 못했어요 T.T... 얼만지 보기나 할걸. 아웅, 아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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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 우리 회사 기사를 신문에 내는 방법

    Tracked from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 2007/08/31 00:05 del.

    요즘 메일을 통해 '회사 기사를 신문에 내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신문 기자분들과 잘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기사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이죠. :-)기자분들이 잘 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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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날 2007/08/31 00:06

    옳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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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드림샷 고고 2007/08/31 16:40

    오~~~ ! 퀵으로 부쳐주다니~~ 욱순 기자님 멋있져...!!!!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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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uJae 2007/08/31 18:31

    저희 회사 취재 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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