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냐 진퉁이냐 - 산자이 문화의 앞날은?

2009/06/12 10:38
짝퉁이냐 진퉁이냐 - 산자이 문화의 앞날은?

 
 삼송(SAMSONG), 애니콜(Anycoll), 혹은 애미콜(Amycoll)이나 애니캣(Anycat).... 이름에서 뭔가 '짝퉁스러움'을 느낀다면 당신은 센스쟁이. 모두 중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짝퉁 브랜드다. 대개는 '중국 짝퉁'이라고 하면 으례 그러려니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보통이겠지만 짝퉁 브랜드들이 있다는 사실 하나는 기억해 두는 것이 좋겠다. 이 이름을 단 제품들은 그저 이름만 바꾼 '짜가'가 아니라 모두 한동안 중국 최고의 유행어로 등극한 이른한 '산자이(山寨)'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짝퉁에서 산자이로

 산자이는 원래 산에 목책을 둘러친 터나 산적의 소굴을 말한다. '수호전'의 108 두령이 양산박에서 기거하는 곳이 바로 산자이다. 언제부턴가 이 말이 최근 '다른 제품을 강하게 모방했으면서도 원래 제품에는 없는 무언가가 더해진 것' 정도를 뜻하게 됐다. 그러더니 얼마전부터는 이른바 '산자이 문화'라는 게 중국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됐단다.
 
 산자이 문화의 시작은 휴대전화였으며 처음에는 산자이가 그저 짝퉁에 불과했다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의한다. 2001년께부터 광둥성 광저우나 중국 최대 경제특구인 선전을 중심으로 짝퉁 NOKLA 등의 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됐다. 이런 짝퉁 제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세계적인 브랜드와 외양은 비슷한데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모든 것을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가격이 엄청나게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짝퉁은 산자이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유명 브랜드 제품을 일단 모방하되 새로운 기능을 집어넣었다. 2007년 10월부터 중국에서 휴대전화 생산 면허제도가 폐지되면서 산자이 휴대폰의 득세가 더욱 심해졌다. 애플 아이폰에 부가기능을 넣었으면서도 기능은 한참 아래인 '마이폰' '하이폰' 등이 이때 태어났다. 겉모양은 똑같되 정작 중요한 기능은 하나도 없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륙 시리즈' '대륙의 힘'이라고 비웃는 것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다. 산자이 휴대폰의 기능에 놀란 국내 모 가전사가 짝퉁 휴대폰을 만든 중국 회사를 찾아내 OEM 거래를 제안했을 정도다. 완제품 이상 가는 산자이도 있다는 뜻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산자이 제품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동남아 등지에 수출되기도 한다.

 대중적 지지가 짝퉁과의 차이

 산자이와 짝퉁의 차이는 대중적 지지의 여부라고 볼 수 있다. 짝퉁은 단순한 경멸의 대상이지만 산자이는 중국에서 상상력과 아이디어,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끈다. 산자이 휴대폰 범람 이후 산자이는 제조업계 전반으로 확대돼 산자이냉장고, 산자이TV 등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이제는 TV 드라마, 영화, 출판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된 게 이를 방증한다. 일부 중국 지압정부서도 은근히 산자이를 지원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월 중국 선전시 정부는 인민대표대회에 산자이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업무보고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중국 전체가 아닌 지방정부의 정책이지만 짝퉁이라는 산자이의 원죄를 씻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보려는 시도인 셈이다. 물론 이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지는 장차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이제는 단순 제품의 산자이를 넘어 사람도 산자이가 등장하기도 한단다. 가수 저우화젠이나 인기 여배우 판빙빙의 산자이도 꽤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한다. 해당 연예인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똑같이 그들을 흉내내는 '이미테이션' 연예인들과는 또 다르다. 이런 산자이에서는 기본적으로 주류 문화나 권위를 거부하는 반항심이 느껴진다. 썩어빠진 송나라 조정에 항거해 산채에 들어앉은 양산박 108호걸의 이미지다.

 빈부격차, 다양성을 내포

  산자이가 득세한 원인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중국의 큰 빈부격차를 꼽는다. 산자이는 소득이 낮아 중저가의 제품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다수 대중의 심정적인 지지를 받는다. 개혁개방 정책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건 중국 사회의 주류들이다.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 대다수는 산자이와 심정적으로, 또 물리적으로 가까울 수 밖에 없는 처리다.
 일부는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적 '다양성'을 배경으로 지적한다. 한나라 이후 중국 문화는 지속적으로 다른 민족의 문화를 흡수하고 베끼면서 중국 고유의 문화를 형성해 왔다는 것. 결국 '산자이'라는 문화는 다양성 소에서 나타난 다수 비주류 계층의 주류 문화라는 해석이다. 이 역시 양산박 이미지와 일치한다.

 기본은 산적질

 그렇다고 산자이 문화를 마냥 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산자이는 기본적으로 다른 기업, 다른 개발자의 노력을 아무런 댓가 없이 밟고 올라서는 날강도, 산적 경제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양산박 스타일이다.
 직접적으로는 카피의 대상이 되는 기업(주로 외국계)가 피해를 본다. 최근 우리나라 관세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 휴대전화 애니콜의 경우 도용 비율이 중국 전체 시장의 12~12%(650만대)로 추정되고, LG전자의 TV와 휴대전화 등의 로고 도용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산자이 문화는 결국 중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란 시각이 많다. 뻔뻔하게 베끼면서 크는 전략은 초기엔 반짝 기업이나 산업에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후진성은 종국적으로 자신들의 창의성도 잡아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니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 지난 3월 전국정협 제11기 2차 회의에서 "산자이의 상당 부분은 표절, 위조, 가짜이기 때문에 강력히 제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차원이다.
 
 결국 산자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셈이다. 새로운 문화, 반짝이는 아이디어라는 얼굴 반대편에는 지적 가치에 대한 경멸이란 얼굴이 버티고 있다. 여기서도 양산박의 이미지는 떠나지 못한다. 한쪽에서 보면 호방한 영웅호걸들이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사람을 파리잡듯 죽여 인육으로 만두를 만들어 먹는, 흉악한 악귀들의 환생이 아닌가.
 어느 얼굴을 살여햐 중국 문화에 미래가 있을지는 중국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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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2009/06/05 14:48
미래-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6월 4일자 전자신문 미래섹션 섹션톱으로 게재된 '이머징 이슈-상상공학' 기사를 블로그에 맞게 수정한 글입니다.)

상상(想像):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어린 시절, 사전적인 뜻은 몰랐을지라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체화했던 게 상상이다. 책을 읽고, 만화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실재하지 않는 그 안의 존재가 그대로 또는 변형된 형태로 바로 내 옆에 나타나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상상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은 나이가 들면서, 대학에 가고 직장에 다니면서 퇴색하고 만다.
 하지만 상상은 이상적 미래, 인간이 갈 길을 보여 주기에 이렇게 포기할 수 없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선 상상속 이야기를 실제로 구현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건담', 도쿄 강림

 2009년 7월을 전 세계의 건담 마니아들은 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도쿄 오다이바에 리얼 사이즈 '건담'이 등장하기 때문. 일본의 반다이남코홀딩스는 79년 방영된 인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높이 18m에 달하는 건담(RX-78-2, 퍼스트건담)을 제작중이다. 머리 부분과 양 어깨 등 전신에 약 50개의 라이트를 내장하고 가슴 부분과 발목 부분에 연기를 분사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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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담은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에 의해 탄생한, 전 세계를 대표하는 로봇 캐릭터 중 하나다. 마징가Z와 같은 기존 로봇 애니메이션이 초과학적인 설정(슈퍼로봇)으로 일관했다면 건담은 국가집단, 군대 간 전쟁, 군수품으로서의 로봇(모빌슈트) 등과 같은 현실적인 설정과 영상으로 '리얼로봇'이라는 장르를 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장한 로봇, 설정, 인간 등에 대한 마니아들의 애정과 토론이 끊일 줄 모른다.
 
 건담을 애니메이션 초기 설정 그대로 재현하는 건 단순한 기념상 제작의 의미를 넘어선다. 전쟁의 비극성이 애니메이션의 주제지만 건담 그 자체는 로봇 엔지니어(메카닉)가 도달해야 할 이상적 지향점이다. 비록 내부 장치까지 구현하는 건 아니지만 실제 건담을 보면서 엔지니어들은 이상에 한걸음 더 나아가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될 것이다.
 사실 로봇 애니메이션, 만화가 어떤 나라보다도 풍부한 일본의 로봇업계엔 그림 속의 로봇을 실물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끊이질 않았다. 전 세계가 경제성이 낮고 구현이 어렵다고 평가할 때에도 일본이 2족보행 로봇의 개발에 집중했던 배경에는 '아톰' '철인28호'를 내 손으로 만들겠다는 일본 엔지니어들의 꿈이 녹아 있다. 일본의 꿈은 결국 2000년 세계 최초의 2족보행로봇인 혼다의 '아시모'로 구현됐다. 상상의 일부가 현실이 된 것이다.

3년 3개월, 500억원이면 은하철도도 충분하다

 상상의 구체화는 로봇 분야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의 대형 토목건설 전문기업인 마에다건설은 도쿄만 아쿠아라인 등 대공사 레퍼런스로 유명했지만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선 이 회사의 '판타지영업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이 부서는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각종 건축물을 이 순간 마에다건설의 건출, 토목기술로 건설키 위한 기본 설계를 담당한다. 건설업 홍보를 위한 프로젝트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대표 키워드로 부상했다.
 판타지영업부의 견적에 따르면 마징가Z의 오수처리장형 지하 격납고는 시도때도 없는 기계수의 방해만 없다면 72억엔에 6년5개월이면 완성할 수 있다. 2003년 견적이니 지금 기술이라면 공기와 비용이 줄어들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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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 우주레일 발차대 설계>


 은하철도999를 하늘로 이끄는 우주레일 발차대 견적은 이보다 더 현실적이다. 37억엔(500억원)을 들이면 3년 3개월에 만들 수 있다. 이들은 "견적서를 보고 '정말로' 은하철도999 발차대를 발주해 주신다면 조건에 걸맞은 계획으로 수정해 실제로 시공하겠다"라고 말한다.

SF를 현실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시도는 최근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간 과학기술의 발전은 상상, 특히 SF(사이언스 픽션)의 탐구를 통해 이뤄진 게 많다. 쥘 베른과 그의 소설이 대표적이 낫례다. 그가 해저2만리에서 그린 '외부 동력공급 없이 장기간 공기를 만들어가며 물 속을 다니는 안전한 탈것'인 노틸러스호는 원자력 잠수함의 모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어디 이뿐인가. 휴대폰, 우주선 등 그의 상상을 그대로 빼다받은 현재의 기술은 일일히 꼽기도 힘들다. '과학기술은 쥘 베른의 생각을 따라 발전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술 있지만 문화는 아직 척박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차원의 프로젝트 진행 사례들이 있다.
 로봇과 관련해서라면 2012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중인 인천 로봇랜드의 '태권V타워'가 있다. 청라지구에 76만7286㎡  규모로 들어설 로봇 놀이시설, 로봇경기장, 로봇체험관 등을 로봇 복합 테마파크에 태권V 형태의 탑을 만들어 인천과 로봇랜드의 상징으로 만들겠다는 게 인천 로봇랜드 추진기획단의 생각이다.
 111m 높이에 태권V 전시장과 우주전망대, 하늘전망대 등을 설치할 계획으로 최초 기획 단계에선 상체 부분에 구동부분을 넣어 태권V가 간단한 포즈 변화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검토했다. 가령 일본과 독도문제가 불거지면 동쪽을 향해 품세 자세를 취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사전 엔지니어링 검토 단계에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점 때문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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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태권V타워는 복잡한 기계가 아니라 뉴욕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자유의 여신상'과 같은 약간은 단순한 형태가 될 것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쨌든 이 계획은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로봇 콘텐츠읜 태권V를 최대한 실물 크기와 가깜게 재현해 보는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상상 속의 문화재를 현실로 그대로 끄집어 낸 한국 기술도 있다. 현재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는 실물로 볼 수가 없다. 많은 관광객으로 인한 훼손 때문에 2000년대 초 스페인 정부가 관광객의 직접적인 동굴 내부 견학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동굴 앞에서 실물과 똑같은 벽화를 감상하는 게 가능하다. 한국 벤처기업 아이너스가 개발한 3차원 스캐닝SW로 동굴이 폐쇄되기 직전의 스캐닝 데이터로 실물과 같은 입체형상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후에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의 디지털 복원에도 참가했다. 현재 8년째 작업 중인 앙코르와트 사원 복원은 3차원 깨지거나 조각난 유적의 3D 스캐닝 데이터를 CAD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앙코르와트의 원래 모습을 재현해낸다. 상상으로만 원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던, 작게 부서져 쓰러진 불상의 머리와 팔, 다리 등 유적의 실제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구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상상을 현실화하려는 문화, 시도가 활발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로보트태권브이에서 태권V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던 장순성 네젠테크 사장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한때 명맥이 끊기다시피해 지금도 척박한 SF 문화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확실히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지만 상상 구체화 프로젝트 기획에 대해 아직도 '뭘 그런 걸 다 하냐' '그런게 가능하냐'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21세기는 상상력의 시대다.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직접적인 생산수단이 되는 것이다. 상상력이 기술과 결합했을 때 앞서 말한 건담의 사례처럼 기술은 문화가 돼 다른 현실이 될 더 큰 꿈과 상상을 불러오게 된다. 정서를 넘어서 엄청난 산업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꿈과 상상력, 그리고 기술 사이의 접점을 만드는 데 우리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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