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랐다. 블로고스피어에 대해 관심이 적은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거친 주장이 난무하는 곳인줄 정말 몰랐었다. 가뜩이나 이념이나 사상과는 거리가 먼, 어찌보면 생각없다고 할 수도 있는 학창시절을 보냈던지라 '천민 자본주의'란 무시무시한 말이 오고가는 걸 봤을 땐 정말 가슴 한켠이 선뜩했다.
몇 사람들이 영리적, 금전적, 상업적인 목적에 충실하다고 (자기가 생각하는 사람을) 비난할 때 이 말을 쓰는 것 같은데 원래 베버가 말한 천민자본주의가 이런 뜻이었는진 잘 모르겠다. 생산 활동을 통해 돈을 벌지 않고 금융업 같이 자본의 운용만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태도를 비판할때 썼다고 배운 것 같은 기억이 가물거린다. 근데 한학기를 들어도 당최 뭔소린지 알 수가 없었던 비판이론 시간에 들었던거라 기억이 맞다고 확신하기는커녕 기억난 거 자체가 용한 지경이다.
하여간 요새 많은 사람들이 '상업성' 포스트나 '상업적 블로그'에 대해 말을 하는 것 같다. 대부분은 '상업적인 무엇'에 반대하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특정 포스트나 블로그가 상업적이란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상업적이란 말은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건데... 이 얼마나 가치가 높은 일인가. 어차피 개인이 가진 자원과 능력의 차이 때문에 필요한 재화를 모두 생산, 자급자족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서로 남는 재화를 교환함으로써 서로의 효용을 높이는 상업적인 행동을 고안해 냈다. 생각할수록 정말 위대하다는 말 외에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특정한 상업적 행위가 문제가 될 때에는 그 행위 자체보다 상업적 행위를 통해 개인 간에 교환되는 '재화'나 어떤 재화가 교환되는 '방법'에 주목하는 게 문제의 핵심에 바로 접근하는 길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성매매의 경우는 '성'이란게 상업적 행위의 대상이 되는 '재화냐 아니냐'가 핵심일테고, 불공정거래 논란에선 사회 구성원이 원하는 재화를 (많은 경우 담합이나 독점을 분류되는) 특정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게 적절하냐를 가려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상업적인 행위 그 자체는 가치 중립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제공하고 무엇을 받는지, 어떻게 그 교환을 할 건지가 문제지 그저 사고파는 것 자체에 무슨 문제가 있을까.
상업적 미디어란 것도 마찬가지일테다. 사실 기존 미디어의 99% 이상이 상업적이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확보한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생산한 콘텐츠나 외부에서 소싱한 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댓가(주로 광고)를 받는 게 기본적인 미디어 비즈니스다. 한겨레, 경향, 조선, 중앙, NYT, WP, MBC, CNN... 다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은 광고 대신 정부 예산을 받는다는 것만 다를 뿐, 콘텐츠라는 재화의 교환을 통한 비즈니스를 한다는 건 동일하다.
누군가는 이런 BM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미디어가 이런 BM을 취하지 않는 건 사실상 힘들다. 미디어가 가진 자원이 유한하다면 결국엔 어떻게든 콘텐츠를 생산하고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정산해야 비즈니스의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조직이나 플랫폼이 공고해지고 확장되면서 이런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땅 파서 장사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때문에 미디어의 상업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그 미디어가 존재하는 사회나 (잠재적) 지지층을 통해 비용을 정산하려고 함에도 그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걸 제공하려 하거나, (그들이 느끼기에) 껄끄러운 방법으로 전달하려고 해서일 것이다.
사실 미디어는 이런 상업성 논란이 가장 자주, 쉽게 촉발될 수 있는 분야다.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내가 미디어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Power(영향력)'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나 (잠재적) 지지층에 기대고, 또 그들을 독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적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굳이 비유를 하자면 미디어는 낭떠러지 사이에 걸린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사람 같다는 생각도 한다. 외나무다리는 상업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BM이고, 외나무다리 한쪽은 사회 구성원의 지지와 찬성, 반대쪽은 비난(판)과 반대라고 하면 어떨까.
하고 싶은 말을 위해 너무 돌아왔다. 난 요새 논란거리인 '상업적 블로그', '상업적 포스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포스트를 작성하는데에도 시간이나 금전 같은 자원이 투입되는 이상 그 비용을 정산하기 위해 해당 블로그를 이용하는게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물론 블로그는 다른 어떤 미디어보다 운영 비용이 적게 드는 축에 속하긴 한다. 그래서 특히 블로그의 상업적인 활용을 싫어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또 특정 제품의 리뷰를 작성키 위해 해당 제품을 제공받아 전문 리뷰를 해 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기업에서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의뢰해 진행하는 신제품 프로토타입이나 신규서비스 컨설팅하고 공개 여부를 빼곤 기본적으론 다를게 별로 없지 않은가?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광고 배너를 다는 게 무슨 문제가 될까.
물론 제약은 있다. 외부의 제약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부통제가 필요하다. 상업적인 게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전달함으로써 상업성을 지향하는 게 문제라서다.
이를 위해 역시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 존재 기반인 사회 구성원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지향하는 가치나, 운영 스킬은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 광고 배너는 몇개까지만, 어디까지만 단다고 결심한다던가, 제품을 제공받거나 의뢰를 받아 작성하는 리뷰라면 '어디의 의뢰로 진행하는 리뷰다'라고 밝힌다던가.. 이런 게 꼭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런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다는 말이다.
아마 상업적인 목적으로 (나쁘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블로그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런 기준을 세우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지도와 독자가 줄면서 영향력이 감소하고 상업적인 가치 달성도 덩달아 힘들어질 테니 그러지 않을 수가 없다.
또 한번 만든 기준이나 지향하는 가치, 운영 테크닉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 구성원이나 해당 블로그의 독자, 지지자들에게 검증받으며 변화하게 될 것이다. 여기 부응하지 못하는 미디어는 당연히 몰락하게 된다.
기업은 컨설팅사가 장점만 나열하길 바라지 않는다. 개선을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길 바란다. 칭찬만 하는 컨설팅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운영하려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존재 기반이 무엇을 원하고 자신이 장기적으로 무엇을 노릴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도 이 블로그의 상업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본 일이 몇번 있다. 이 블로그에 쓴 글을 모아 책으로도 만들 수 있으면 좋겠고, 의뢰를 받아서 전문 리뷰도 작성해 봤으면 좋겠다. 여기 있는 글을 어디에 기고하거나 인터뷰를 해 봤으면도 싶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능력 부족이었다. ㅎㅎ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물론 만에 하나라도 그럴 수 있는 시기가 온다면, 그때는 나름의 운영 기준을 세워야 할 거다. 그리고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기준이 그분들과 나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계속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테다. 상업적인 블로그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디어 같은 거창한 얘길 떼놓고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그게 블로깅이라면)을 하면서 자아도 실현하고 남들도 만족시키고 돈도 벌면 좋은 게 아닐까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를 일이다.
P.S. 또 생각해 봤는데, 내가 최대한 상업적인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아마 광고는 힘들지 싶다. 우선 꾸준하게 포스팅을 할 자신이 없으니 독자가 많이 늘어나서 수익이 많이 생기지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광고가 가독성을 떨어뜨리는걸 탐탁찮아하는 것에 더해 뭣보다도 HTML 태그에 까막눈이라 광고를 달 줄 모른다. ㅎㅎ
p.s. 2 (14일 오전 추가) 어.. 원래 뭘 겨냥하고 쓴 것고 아니고, 어떤 걸 머릿속에 그리고 쓴 것도 아니었는데, 의도랑은 좀 다르게... '대가성 리뷰'에 대한 생각들이 오고가는 것 같다.(긁적긁적 -_-;)
그냥 참고로 내 생각을 밝혀 두자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가성 리뷰'라는 말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는 전제 하에) 난 '돈(제품)받고 하는 리뷰'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돈받고 하는 리뷰=대가성 리뷰'라고 보지도 않고... 리뷰에 투입되는 노력과 비용, 시간, 그리고 리뷰로 인해 생성되는 가치에 대한 정당한 정산을 위해서라면 당당히 요구할 수도 있고 당당히 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한다.
다만 그 비용이 리뷰의 결과를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과도하게 계상되거나 지불될 때 '대가성 리뷰'가 되는 거라 보는데... '대가성'이 있었냐 없었냐는 개별 사안마다 판단이 달라질거고 한꺼번에 싸잡아서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닐거다. 결국 핵심은 비용정산을 위해 받는 비용을 적절하게 산정하고, 그 비용이 대가성으로 변질되는 걸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미디어가 어떻게 구축하느냐, 또 그 시스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성을 어떻게 담보하느냐일 것이다. 이건 정말 운영의 아주 기술적인(technical) 부분이다.
Posted by wook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