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4일, 태터앤컴퍼니(TNC) 당시 홍보팀장님이었던 꼬날님이 TNC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파워블로거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블로그 미디어로 이름은 '태터앤미디어(TNM)'며 TNC의 젊은영님께서 그 비즈니스를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어 5월 25일, 이 내용을 기사화하기 위해 젊은영님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취재수첩엔 "블로그 네트워크, 블로그마케팅 원하는 기업에 마케팅 공간 제공, 참여 파트너 블로거에 운영 등 각종 지원 제공, 유사 사례는 미국 페더레이티드 미디어, 보잉보잉 등"이라고 적혀 있다. 5월 25일 이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고 이는 다음 월요일인 5월 27일에 기사화되었다.
[전자신문]블로그마케팅 종합서비스 국내 첫 등장
이후 꼬날님과 젊은영님을 통해 TNM의 소식을 접하고 있다가 운좋게 8월 11일 TNM 출범 간담회에 초대받아 방문했다. 사실 파워블로거도, TNM의 파트너도 아니었던 본인을 초청해 준건 평소 TNC의 사업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보여 왔다는 것에 대한 순전한 꼬날님의 호의였다. 개인적으로는 TNM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 수 있게됐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자리에서 파트너 블로거들에게 TNM의 지향점 등에 대한 젊은영님의 설명과 함께 블로그 네트워크를 상당 부분 가정한 그만님의 콘텐츠 신디케이션 모델에 대한 강의, 야후코리아가 준비중인 블로그 네트워크 관련 사업 내지 서비스에 대한 짧은 설명이 진행됐다.(관련기사)
파트너 블로거들도 이날 TNM 측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중 중요한 질문이 "TNM의 파트너가 되면 내가 포스팅하는 내용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였고, 젊은영님은 이에 대해 "TNM이 포스트 내용에 간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었다.
행사 말미쯤에 나는 나설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질문을 던졌다. "'미디어'란 용어를 쓴다면 거기에는 미디어가 가져야 할 응당의 책임성이나 지향할 가치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이 아닌가?"란 내용이었다.
여기에 대해 그만님 께서는 재치있게도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논의해 보자"고 말씀해 주셨고 역시 행사에 참석하셨던 노정석 TNC 대표(체스터)님께서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TNM이 지속적으로 해 가야 할 부분"이라고 향후 TNM의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이뤄질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1년 반이나 넘은 일을 지금 다시 되새김질 하는건 요새 TNM의 활동에 대한 블로고스피어의 여러 찬반 포스팅이 그때 내가 던졌던 질문과 몇 가지 측면에서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몇 블로거들은 지난 연말 TNM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 옴니아'의 마케팅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TNM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비판해왔다. 비판의 측면은 여러 가지인 것 같다. 블로거의 활동이 기업과 연계되는 것 자체가 블로고스피어의 순수성을 흐린다는 것에서부터 TNM의 활동 자체가 문제될 건 없지만 현재와 같은 TNM의 활동은 장기적으로 파트너 블로거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것까지... (물론 단순히 TNM 파트너에 못낀게 배아파서 그러는 것처럼 보이는 글도 있다.)
물론 그에 대한 반대 의견 역시 많다. 기업 마케팅과 연계되는 활동이 TNM엔 있다 하나 개별 블로거의 포스트는 여전히 독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포스트 내용에 영향받는 일 역시 없다는 의견이다.
나는 TNM의 활동과 그에 대한 여러 블로거들의 반응을 '미디어의 본질'과 연관해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미디어의 본질은 권력이다. (권력이라고 해도 좋고, Power, 영향력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미디어는 자신이 가진 권력을 기반으로 특정한 생태계를 구축한다.
블로그 같은 1인미디어든 조선일보와 같은 대형 매스미디어든 이 점에서는 똑같다. 블로거는 (완벽한 폐쇄형 개인 블로그가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보여 주는 것을 전제하는 포스트를 게재함으로써 그 포스트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 특정한 입지를 구축한다. 포스트에 대한 호응도는 입지의 규모, 즉 권력(영향력)의 크기로 직결되며 이것은 곧 트랙백이나 댓글, 파트너 블로거를 통한 개인 네트워크, 애드센스류의 광고 플랫폼을 통한 수익과 같은 생태계를 구성한다.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보수로 분류되는 진영의 이해를 충실히 대변함으로써 매우 큰 권력, 영향력을 행사해 왔으며 이를 통해 조선일보사 수익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기업 광고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런 BM과 비즈니스환경을 통해 얻은 수익은 물론 조선일보가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콘텐츠, 기사를 생산하는 데 재투입된다.
이는 미디어의 근본적인 운영 모델이며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의견, 어떤 진영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맞느냐는 개인이나 집단마다 정치적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그건 미디어의 본질, 근원적인 운영 모델에 대한 논쟁은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디어의 본질은 '권력'이며 아무도 보지 않는, 즉 권력이 없는 미디어는 미디어로서의 능력을 상실한, 가치없는 미디어다.
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자신의 권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속성을 갖는다. 권력이 커질수록 해당 미디어를 중심으로한 생태계는 점점 커지거나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권력이 커진다는 건 독자가 늘어난다는 수평적인 확장의 의미도 있지만 특정 분야에서 권위를 강화하는 수직적인 확장의 의미도 있다.)
미디어 뿐만이 아니라 어떤 조직도 가장 쉽고 빠르게 권력을 키우는 방법은 비슷한 무리끼리 뭉쳐 세를 불리는 것이다. 기업 간 M&A나 유명 필자의 영입을 통해 독자, 세, 권력을 확장하려는 건 미디어에서는 언제나 활용되는 고전적인, 훌륭한 전략이다.
TNM의 활동도 이런 차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NM은 블로그 네트워크를 활용한 미디어를 지향하며 그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파트너들을 영입해왔다. 이는 많은 블로거들이 RSS 구독자나 독자를 늘리기 위해 사용하는 여러 기술이나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간혹 폐쇄적인 파트너 영입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TNM 자체가 스스로 선정한 입지와 권력의 방향을 유지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인적으론 TNM의 역량과 규모를 감안한, 매우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TNM은 이렇게 파워블로거를 영입함으로써 형성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업의 블로그 마케팅과 파워 블로거를 연계하고 또 파트너 간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 해 왔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미디어가 일정 정도 이상의 권력을 갖게 되면 언제나 (미디어가 속한) 사회가 미디어에 어떤 규범이나 운영 기준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미디어의 본질과 관련이 있는데 미디어가 권력을 기반으로 조직을 운영하다보니 어느 순간 사회 구성원로부터 '이런 종류의 영향력을 (특정) 미디어가 발휘하는 게 옳은 것인가?'란 논의가 촉발된다. 미디어는 이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나름의 전략을 취한다. 그 전략을 사회가 받아들이거나 미디어가 사회를 설득시킨다면 미디어는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권력을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 반대의 경우라면 미디어는 몰락한다.
미국 매스미디어 산업의 본격적인 발흥 초기에 이른바 '황색 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논란이 불거졌던 것도 같은 차원이다. 대중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와 기사만을 남발했던 미디어들은 결국 사회의 미디어 윤리 요구에 부딪혔고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디어들은 자발적이든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든 현재 미디어의 주요 가치로 받아들여지는 객관성, 사실성, 진실성 등을 발전시켜 왔던 것이다.
TNM에 대한 최근 몇달간의 논란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미디어'를 내세운 TNM의 활동에 대한 인지도가 확산되면서 '블로고스피어'라는 사회가 TNM에 어떤 기준이나 규범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TNM이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하다. 이런 요구나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TNM은 미디어로서 어떤 가치를 내세우고 이 미디어의 독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전략이나 운영 기술에 일부 수정을 가해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아니면 어떤 활동을 통해 TNM의 전략에 블로고스피어가 동의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제품을 파는 일반 기업이라면 상대적으로 이런 요구를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TNM이 미디어라면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미디어는 본질인 '권력'에 기반하는데다 또한 그 권력의 근거는 사회의 동의와 지지에 있으니까.
물론 앞으로의 전략을 깊이 고민한 후에 이런 블로고스피어의 반응을 모두 무시하고 현재의 운영 방식이나 기술을 유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TNM에 대한 거부반응은 우리나라 미디어의 작은 일부분인 블로고스피어, 그중에서도 한줌도 안되는 일부의 것일수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블로고스피어 분위기상 도저히 당선될 수 없었던 MB가 얼마나 쉽게 승부를 마무리지었는지 생각해 보라,) TNM의 지향점에 따라 지금 운영 방식을 고수하는 게 좋을지 모른다.
지금이 TNM엔 미디어로써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지,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분명히 할 시기인것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적으론 TNM도 오래 전부터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사람들은 어떤 가치, 전략을 중시할 것인지 조언을 할 테고 누군가는 TNM에 까닭없는 비난만을 퍼부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은 오롯이 TNM의 몫이다. TNM이 정한 미디어로서의 가치에 블로고스피어가 동의하지 못하거나 TNM이 블로고스피어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TNM의 BM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 반대라면 TNM은 국내 최초, 최대의 블로그 네트워크로서 독자적인 BM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자, TNM은 미디어로서, 권력을 가지기 위해 어떤 가치를 지향할 것인가.
Posted by wookso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