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그리고 나를 돌아보자.


 나는 2003년 8월 2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약 90일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이미 거진 4년이나 흘러버렸다는 게 놀랍다. 아직도 머릿속엔 그때 기억이, 그때 즐거움이 생생한데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사람과 연애도 했고, 아무 생각 없이 놀아보기도 했다. 노래에 열정을 쏟는 와중에도 스터디에서 놀며 공부하며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다. 무엇보다도 7년 반이나 적을 뒀던 대학을 졸업했으며 반년 후 취직, 벌써 2년차 IT 기자가 됐다.

 이렇게 많은 일을 보내고서 그때 이야기를 풀어내 보려는 것은… 그때 일을, 그때 즐거움을 잊고 싶지 않아서다. 누구에게 이 얘기를 해서 즐거움을 주기보단 누구에게 꼭 이 얘기를 해서 내 자신이 즐겁고 싶었다. 그렇게 재밌었던 3개월은 적어도 나에겐 20 몇 년 간 없었으니까.

 ‘나’란 사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번 생각해 보고 싶기도 하다. 2003년 8월까지의 나와 2003년 12월 이후의 나는 너무도 다른 사람이다. 넓은 세상을 보고 나서 눈이 밝아졌고,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사고방식이 너무나 빡빡했다면 여행을 다녀와서는 좀 더 넓게 사물을 바라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지금도 보통 사람들보단 FM대로의 사고방식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여행 전보단 훨씬 덜하다. 그때 일을 가지고 ‘그래 이것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바뀌었지’라고 분석하진 않겠지만 나의 변화를 간접적으로 되새겨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국 런던에서 한장

 그때 모았던 티켓, 지도, 엽서, 일기, 사진 등 나름대로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그때를 회상하겠지만 4년이 지난 지금 나의 기억은 사실보다 굉장히 미화됐을 게 분명하다. 첫사랑은 항상 아름답고, 젊은날은 항상 즐겁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걸 굳이 원 상태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아까도 말했듯이 그때를 돌아보는 가장 큰 목적은 내 스스로가 즐겁고 싶어서니까.

 노파심에 말하는 거지만 혹시 내 여행기를 읽으며 ‘여긴 뭐가 있더라.’, ‘이 사람은 이런 걸 재밌어했구나.’ 외에 물가나, 입장료 등 아주 디테일한 여행정보를 얻기를 바라지 않기를 바란다. 보면 알겠지만 나란 사람은 애초에 그런 건 기록 자체를 잘 안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얘기 중간에 나오는 사람들 이름은… 아마 몇 빼고는 거의 다 잘못된 것일 게다. 원래 메모리가 휘발성인 걸 어쩌겠나, 그때야 나중에도 사람 이름은 기억이 잘 날 수 알았지 뭐.

 어쨌든 간에 다른 사람에게 바라는 건 단순하다. 그저 내 얘기를 들으며 유럽을 방문한 적이 있다면 ‘그래, 여기서 나도 이런 일이 있었지.’란 생각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 ‘이냥반 뭐 이런걸 하고 다녔냐, 나도 담에 가면 해볼 수 있나?’란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여행 얘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말이 꽤 길어졌다. 뭣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여러 고민을 해 봤지만 아무래도 왜 배낭여행을, 그것도 하필이면 유럽을 다녀왔는지부터 설명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얘기를 하는 나도, 얘기를 듣는 여러분도 욱순이란 인간이 이 상황에서 대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내 이야기, 여행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도록 하겠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http://amulandpride.sshel.com/trackback/14

Comments

  1. 꼬날 2007/06/19 21:56

    어머.. 마냥 기대가 됩니다.

    perm. |  mod/del. |  reply.

What's on your mind?

댓글 입력 폼
[로그인][오픈아이디란?]